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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중남미(180511~0606 27Days)

[5/31 세계여행 75일째] 아르헨티나 / 부에노스아이레스 4일 / 라 보카, 보카주니어스 홈경기장, 산텔모, 토르토니 탱고쇼 by 처리

Buenos Aires(부에노스아이레스) 4일 : La Boca(라보카) / Caminito(카미니토) / Gran Paraiso(그란 파라이소/라보카 점심) / La Bombonera(라 봄보네라/보카주니어스 홈경기장) / San Telmo(산텔모) / Pizzateria Guerrin(피자테리아 구에린) / Cafe Tortoni Tango(카페 토르토니 탱고쇼)



오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흐리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계속 날씨가 꾸리꾸리하더니 나갈 시간이 되니 또 스리슬쩍 비가 온다. 온 이래로 하루도 화창한 날씨를 보여주지 않은게 내심 아쉽다.

오늘은 La Boca(라 보카) 지역으로 간다. 우리가 있는 도시의 중심과는 완전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아침에 나와서 Cafe Tortoni(카페 토르토니)에 가서 저녁에 볼 탱고쇼를 예약했다. 이 카페 자체도 1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인데, 매일 저녁마다 탱고쇼도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인당 500페소)

이곳의 커피는 역사만큼 맛있지는 않다는 얘기를 들어, 맞은편 Tienda de Cafe에서 Espresso con Crema와 Latte 한잔씩을 하고 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려 라보카행 버스를 탔다.

중간에 한 건물만 새로 리모델링을 한걸로 보이는데,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혼자 우뚝 솟아있는 느낌이다.

라보카 지역으로 오니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관광지 이외에는 꽤나 치안이 안좋다고 하여, Caminito(카미니토) 거리로 바로 갔다.

라보카는 예전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주로 살았던 곳인데,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 알록달록함은, 집에 통일된 색깔의 페인트를 살 형편이 안되어 배에서 칠하고 남은 페인트를 가져다 칠한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기에는 그저 예뻐보이지만, 알고보면 이곳에서 힘들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예뻤을 거리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라보카는 그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미니토 거리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관광객 위주의 식당이 많다보니 가격대가 꽤 있었다. 

조금 뒷골목에 있는 Gran Paraiso라는 식당에 가서 Choripan(쵸리판/샌드위치에 소시지를 넣은 것) + Empanada(엠빠나다/남미식 만두)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나오는 탱고노래가 분위기를 살려준다. 

점심을 먹고, 근처의 La Bombonera(라 봄보네라), 보카 주니어스의 홈 경기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보카 주니어스는 라보카 지역의 자존심일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팀이다. 

그들의 홈 키트 색상(파랑+노랑)의 유래는, 부진하던 시절 처음 항구에 들어오는 배 색깔로 유니폼색을 바꾸자고 했는데 그때 들어온 배가 스웨덴 배였다고 한다. 그렇게 색을 변경한 뒤 승승장구해서 지금까지도 그 색을 팀의 정체성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라보카 지역의 느낌과도 잘 어울린다. 

경기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간 때는 시즌이 끝난 뒤라 박물관과 경기장 구경(230페소)만 할 수 있었다. 역사가 깊은 팀이라 많은 컨텐츠들을 볼 수 있었고, 경기장 또한 특이한 외관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 시장도 둘러보며 보카주니어스 레플리카도 하나 사고, 버스를 타고 라보카에서 나와 San Telmo(산텔모)로 이동했다. 

산텔모 시장은 날씨가 흐린데다가 평일인 탓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간단히 구경하면서 센트로 근처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탱고쇼가 오후 8시에 있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쉬었다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정육점이 있어서, Bife de Chorizo(등심) 600g을 샀다.(115페소/5,000원) 1일 1소고기는 지켜줘야지.

초반에 갔던 Pizzateria Guerrin(피자테리아 구에린)이 정말 맘에 들었어서, 이번에도 3조각을 테이크아웃해서 저녁으로 간단히 먹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 생각날것 같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거리의 카페 토르토니에 가서 오전에 예약했던 탱고쇼를 봤다. 

실제 공연은 1시간 정도. 스토리가 있지만 알아듣지는 못하고, 그저 그들의 몸짓과 가수의 노래가락만 들었다.  

여기서 진행하는 공연은 수준이 높지 않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이 유서깊은 카페에서 매일 이런 탱고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 자체가 정말 멋졌다. 더불어, 탱고에 대해 잘 몰랐는데 보니까 정말 매력있었다. 절제된듯 하며 정열적인데, 춤에 깊은 슬픔이 서려있는 느낌이랄까? 오늘 보고 확 반해서, 가능하면 내일 한번 더 보러가기로 했다. 

라보카 지역에서 시작된 보카 주니어스, 그리고 탱고. 열정적이면서 다른 한 편에 슬픔을 머금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면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