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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9월 Part2(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터키 180916~0929)

[9/27 세계여행 194일째] 이탈리아 / 나폴리 1일 / 아말피에서 나폴리로, 3대 미항 나폴리 하루 빡시게 돌기,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 나폴리 피자 by 처리

나폴리(Napoli) 1일 : 아말피 → 살레르노(1시간 w/페리) / 살레르노 → 나폴리(40분 w/IC열차) / B&B Rooms Stazione Centrale나폴리 중앙역 근처 B&B / L'Antica Pizzeria da Michele나폴리 마르게리따 피자 / Spacca Napoli스파카 나폴리 / Centrale del Caffè나폴리 에스프레소 카페 / Chiesa del Gesù Nuovo나폴리 성당 / 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Napoli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 Castel Sant'Elmo산텔모 성 & 나폴리 전경 / Gran Caffè Gambrinus감브리누스 커피 / Pizzeria Brandi마르게리따 피자 원조 레스토랑



이번 세계여행의 마지막 숙박을 하는 나폴리로 가는 날이다. 설 연휴다 보니 직항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지기도 했고, 중간에 잠시나마 이스탄불을 스탑오버로 둘러볼 수 있는 항공편이 있는 곳이 나폴리여서 들러서 가기로 결정했다. 

나폴리는 3대 미항이라는 멋진 별명도 있고, 한편으로는 마피아 소굴이라는 안좋은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 도시다. 이탈리아 남부를 대표하는 도시라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북부에 비해 경제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는 하는데 어떤 느낌이려나?

어쨌든 얼추 반년이 넘는 여행의 마지막이 코앞에 왔다고 하니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침에 간단히 조식을 먹고 항구로 나갔다. 엊그제와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 페리가 모두 결항됐었는데, 오늘은 다행히도 바람이 덜 불어서 페리가 뜰 수 있다고 한다. 

살레르노까지 가는 방법은 SITA버스, 페리가 있는데 페리가 뜬다고 하면 밖에 경치도 볼겸 페리가 더 낫다고 봤기에 Salerno살레르노로 페리를 타고가고(8유로), 살레르노에서 나폴리에 가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9시 페리표를 끊고 페리를 타고가니 살레르노까지 가는 중간에 2,3개 작은 마을을 지나서 갔다. 

페리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느낌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냥 아름답기보다는, 해안지방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망 같은게 느껴져서 좀더 인상깊게 다가온 게 있는것 같다. 

살레르노는 꽤 규모가 있는 항구도시였다.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살레르노 기차역을 만나게 된다. 나폴리로 가는 IC 기차를 끊고(9.5유로) 40분 정도 가면 Napoli Centrale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한다. 

나폴리에 대해서는 워낙 안좋은 얘기(치안이 안좋다, 소매치기가 많다, 더럽다)를 많이 들어서인지 조금 경계하게 됐다. 일단 중앙역은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꽤나 깔끔한 편이었고, 역전은 조금 산만한 분위기이긴 했고, 흑인들이 정말 많았다. 유럽에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긴 해서 더 그런 느낌이 있나보다. 

숙소는 나폴리 중앙역 바로 앞의 B&B Rooms Stazione Centrale로 잡았다. 반값 세일하는 걸 예약해서 그런지 숙소도 가격대비 수준이 정말 뛰어났고, 역에서도 가까워 공항으로 이동하기도 편할 것 같다. 나폴리에서는 역 주변의 숙소가 가장 나은 것 같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시내로 나섰다. 역시 나폴리 하면 유명한게 '피자'. 왠만한 피자집에 가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는 동네인데다가 우리가 가본 도시 중에는 파스타집보다 피자집이 많은 유일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L'Antica Pizzeria da Michele라는, 나폴리에서 가장 유명한 피자집을 먼저 가봤다. 가게 앞에 붙어있는 스티커들이 이집이 맛집임을 알려준다.

사람이 많아 한 20분 정도 기다려서 들어갔다. 자리가 많지 않아 4인 테이블에 합석해서 앉았다. 

더블치즈 마르게리따 피자 + 마리나라 피자(토마토소스에 마늘 올려져있는 거)를 먹었는데, 일단 피자 한판이 5유로밖에 하지 않았고! 맛은 여태 먹어본 피자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위에 올려진 토핑보다는 기본 도우에 충실한데, 도우가 쫀득쫀득했다. 이게 오리지널이었구나. 충격.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대기순번이 60번을 넘기고 있었다. 흠흠. 

Spacca Napoli스파카 나폴리라는, 나폴리의 옛모습을 가지고 있는 길거리를 따라 쭉 걸어갔다. 길거리 곳곳에는 사람들이 걸어놓은 빨래들이 있었고, 좁은 길거리를 따라 상점, 주택들이 이리저리 섞여있는 곳이었다. 

역시 축구를 좋아하는 내 눈에는 마라도나 관련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나폴리를 혼자의 힘으로 우승시키고 나폴리의 신이 된 마라도나, 아직도 이 도시 사람들은 마라도나를 참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다가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던 Centrale del Caffè에 들러 에스프레소와 아이스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한잔에 1유로씩밖에 안했는데, 뭐랄까... 한국에서 에스프레소는 써서 먹을 생각을 안했는데, 여기서 살짝 설탕을 넣어서 먹어보니 새로운 맛을 만났다. 굳굳.

조금 더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Chiesa del Gesù Nuovo라는 성당을 만나게 된다. 얼핏 보면 성당같이 않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막상 들어가보면 성당 안이 벽화와 장식들로 가득 차있다. 다른 멋진 성당들을 여행다니며 많이 봤지만 손에 꼽을 만큼 매력적인 성당이다. 

Piazza Dante단테 광장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푸드코트를 준비중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Napoli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타고 갔다. 

1일권을 끊으면 3.5유로인데, 시내 모든 교통수단을 24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지하철은 정말 깊었고, 정말 낡았다. 사람도 꽤 많은 편이었다.

사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고대의 유적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었다.(12유로) 입장을 하면 양 옆으로 로마 시대의 조각상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정말 다양한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는데, 뽐내지 않고 그냥 대충 전시가 되어있었고,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 옆에도 이렇게 조각상들을 쭉 세워뒀다. 너무 많아서 그냥 이렇게 둔걸까?ㅎㅎ

그리고 1,2층에는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적들을 전시해둔 공간을 만나게 된다. 사실상 폼페이 유적 박물관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만큼 폼페이 전시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인상적이고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곳은, 역시 비밀의 방이다. 로마 시대의 개방적인 성 문화를 느낄 수 있는데, 그때 사람들은 꽤나 개방적이었나보다. 

그리고 더불어 인상적인건 프레스코화였다. 2천년 전에 그렸던 벽화들이 아직까지 남아서 이렇게 우리 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구경을 마치고 Castel Sant'Elmo산텔모 성으로 갔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역시 타도타도 신기한 푸니쿨라. 

산뗄모 성에서는 나폴리의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베수비오 산부터 소렌토, 저 멀리 카프리섬까지 모두 볼 수 있는 탁 트인 뷰를 만날 수 있다. 

당시 세계 3대 미항이 '산이 있는 항구'를 높게 쳤던 뱃사람들의 관점으로 얘기가 됐다고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폴리는 큰 산이 반겨주는 항구도시가 맞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서 Gran Caffè Gambrinus감브리누스 커피를 먹으러 갔다. 

인기있다는 스트라파짜토 커피와 감브리누스 커피를 마셨는데, 쓴 에스프레소에 살짝 단맛을 입히고 거기다 코코아, 크림을 넣어 먹으니 꽤 먹을만 했다.

그나저나 나폴리 사람들은 바에 서서 커피를 마시곤 하나보다. 왠만한 카페에는 바 형태로 서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Piazza del Plebiscito를 지나 바닷가도 잠시 다녀와봤다. 해가 질 무렵이 되니 반짝거리는 항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녁은 Pizzeria Brandi로 갔다. 마르게리따 피자의 원조라고 한다.

마르게리따 피자 + 풍기 피자를 먹었는데, 점심때 먹었던 가게보다 가격은 거의 두배지만 맛은.... 두배까지라고 하기는 좀 어려웠지만 좀 덜 기름졌고 깔끔했다. 원조 피자가게에 온 것 자체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여기가 맛이 없던게 절대 아니다. 역시 이 가게 또한 도우가 쫄깃쫄깃했다. 신기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리발디 광장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낮보다는 조금 더 어둡고 지저분한 나폴리의 중앙역 근처다. 하지만 왠지 이전의 도시들과는 또다른,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걱정한 거에 비해선 멋진 도시의 모습을 만난 것 같다.

긴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서의 밤을 보내게 되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오늘 유독 신이 나서 다녔었는데 이런 기분이 들까봐 나도 모르게 그랬었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긴 여행을 해본적도 없고 주변에 한 사람을 본적도 없던지라, 다니면서 여행으로 갖게 된 생각들이 한가득인것 같다. 잘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