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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9월 Part1(영국오스트리아헝가리체코 180901~0915)

[9/5 세계여행 172일째] 영국 / 브라이튼 1일 / 브라이튼 당일치기, 세븐시스터즈 공원, 브라이튼 해변 by 처리

브라이튼(Brighton) 1일 : 런던 블랙프라이어스→브라이튼(1시간반 w/기차) / Brighton Station브라이튼역 / Churchill Square세븐시스터즈 가는 버스타는 곳 / Seven Sisters Park세븐시스터즈 공원 / Brighton Beach브라이튼 비치 / Nando's난도스 / Tower Bridge타워 브릿지



당일치기로 런던 근교를 다녀오기로 했다. 런던에만 오래 있으려니 다른 동네를 보지 못하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게 되었다. 

보통 당일치기로 많이들 가는 곳은 옥스포드, 케임브릿지, 바스, 브라이튼 정도다. 그 중에서 자연환경과 바다를 보고 싶어서, 브라이튼을 가보기로 했다.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남쪽을 향해 가면 나오는 해안도시다. 

아침은 전에 사온 오트밀 하나로 배만 채우고 출발했다. 

기차역까지는 도보 40분이지만, 그냥저냥 걷다보면 날씨도 시원하니 걸을만 하다. 그나저나 이곳의 출근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크게 달라보이진 않는다. 단기여행일 땐 모든게 멋져보였었는데, 장기여행자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해보였다. 

기차가 복잡한 출퇴근시간을 조금 피해서 Off-peak 시간대로 기차를 예매했다. 티켓을 발권했는데, 특정 시간대가 지정되는 게 아니라 티켓 예매한 그 날에는 아무때나 탈 수 있는 표여서 다행이다. 

평일 10시의 기차는 그야말로 한산했다. 천안가는 급행 1호선마냥 참 많이 서지만, 그래도 먼 거리가 아니라 그런지 금방 도착했다. 바깥 풍경 보면서 쉬면서.

Brighton브라이튼 역은 해안도시라 그런지 파란색으로 역 내부의 느낌이 통일되어 있었다. 사소하지만 명확한 정체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기차역 나와서 왼쪽에 있는 투어 인포센터 같은곳에 가면 브라이튼 버스 1일권을 살 수 있다.(5파운드) 특이한게 손으로 직접 긁어서 테이프로 붙여 마감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보는 형태라 신기하다. 

세븐시스터즈 근처에는 상점이 아예 없다해서, 역앞 M&S에서 샌드위치 하나랑 물 하나를 샀다. 새우가 가득 들어있는 걸로다가. 

역에서 나와 10분정도 바다 방향을 향해 걸어가다보면 Churchill Square 앞의 E정류장에서 세븐시스터즈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12, 12A, 12X 세개 버스가 그쪽으로 가는데, 12A가 먼저와서 타려 했더니 쫓아내면서 12X를 타라고 한다. 12A는 좀 돌아가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다들 20분 정도 배차간격이다. 

버스 안에는 USB 충전단자도 있었고 무료 와이파이도 있었다. 굳굳. 1시간 정도 꼬불꼬불 가다보면 Seven Sisters Visitor Park Centre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Seven Sisters세븐시스터즈는 브라이튼 지방의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석회암 절벽 중 하나이다. 석회암의 특성상 흰색의 절벽이라 좀더 아름답게 다가오는데, 세븐시스터즈는 7개의 큰 절벽이라 그렇게 이름 붙였다 한다. 사실 하나 더 있어서 8개인데 하나는 작아서 무시당한것 같다. 

정류장 근처에 VIsitor Center가 있어서 무료 안내 책자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센터에 있던 할아버지가 참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듣는 내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그리고 공원으로 본격 들어가면 화장실도 없다해서 방문객 센터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나는 먼저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해변으로 내려와 세븐시스터즈를 가까이서 보고, 그런 뒤 절벽 앞에 서기 위해 올라가야겠다, 는 계획으로 움직였다. 보기만 해도 넓게 펼쳐진 들판이다. 바탕화면에 나올것 같은 그런 곳. 

멀리서 보면 참 예쁘게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양들의 똥이 사방 천지에 깔려있긴 하다. ㅎㅎㅎ 그래도 양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면서 가니 재밌기도 하다. 

3-40분 정도 걸어가면 바다에 닿을 수 있다. 그곳에서 세븐시스터즈의 모습을 바라본다.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나지 않는 흰 암석이라 그런지 색다르게 느껴진다. 

가까이 걸어가서 한번 만져보니, 분필가루처럼 흰색이 묻어 나온다. 현재도 매년 3-40cm씩 절벽이 자연풍화로 인해 뒤로 물러나고 있다고 한다. 

바람을 막아줄 것 같은 절벽 아래에서 사왔던 샌드위치를 먹었다. 한발짝만 나가면 바닷가라 바람이 어마어마한데 안쪽이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다.

다시 절벽 위로 걸어 올라가본다. 절벽은 멀리서 바라보거나, 절벽 바로 앞까지 다가가야 절벽인줄 아니까 특별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절벽 위의 넓게 펼쳐진 들판을 보는것만으로도 마음이 뻥 뚫린다. 언덕에 앉아서 바람을 쐬고 있자니, 행복하면서 동시에 이런 좋은 곳을 쩡이와 같이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걸어나와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이대로 가긴 아쉽다 싶어, Brighton Beach브라이튼 비치가 보이는 곳에 내려서 해변가로 내려갔다. 모래사장이 아닌 돌로 된 해변이었다. 

해변이 돌로 되어있으니 오히려 모래에 비해 묻지도 않고 좋아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갈매기들이 옆에서 싸워서 한번 자리를 옮기긴 했다. 둘이 싸우는데 주변에 다른 갈매기들이 다 몰려들어서.... 얘네도 싸움구경 좋아하나.

항상 생각하지만 조금 흐리고 바람불고 서늘한 날씨가 좋다. 쨍쨍한건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지만, 우리네 삶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의 모습과 닮은 조금은 눅눅한(?) 날씨가 더 정감간다. 다행히 오늘이 딱 그런날이어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다보니 몇시간이 훅 가버렸다. 

런던으로 다시 넘어와서 저녁은 다시 Nando's난도스를 먹으러 갔다. 딱히 먹을게 없는 런던에서 난도스는 구세주 같은 식당이다. 그러니 이렇게 영국에 체인이 많지 않으려나?

반마리에 + 오늘은 사치를 좀 부려서 2 side도 같이 주문했다.(10.95파운드) 혼자 먹다보니 주변 사람들 얘기도 종종 듣게 된다. 사랑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비즈니스로 격렬히 싸우기도 하고..

역시 날씨도 좋고 해서 이어폰 꽂고 숙소까지 30분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왔다. 서늘한 밤에 노래 들으며 걷는건 일상같으면서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Tower Bridge타워 브릿지도 잠깐 보고, 역시 런던은 야경이 참 예쁘다. 건물이 많아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여행일정이 급격히 쪼그라들어서, 9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나게 될것 같다. 너무 당연하게 이 여행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던 안일한 생각이었는데 망치 한대를 맞은 듯 하다. 3월중순 우리가 첫 출발했을 때의 사진을 문득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