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 세계여행/베를린 3주(180723~0811 20Days)

[7/28~29 세계여행 133,134일째] 독일 / 베를린 6, 7일 / 크리스토퍼 데이, 베를린 숙소 옮기기 by 처리

Berlin(베를린) 6일 : NUR Gemüse Kebap베를린 도너케밥 / Christopher Day크리스토퍼 데이 / 너무 덥다. 



오늘의 할일 : 시내 나가서 크리스토퍼 데이 퍼레이드 보기.

왠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하루였다. 일어나서 씻고, 점심은 숙소앞의 NUR Gemüse Kebap케밥집에 가서 먹었다.

도너 케밥이라는, 베를린 특색 요리라고 한다. 베를린이 터키 제3의 도시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터키인들이 많이 와서 살다보니 이런 요리가 인기를 끄나보다. 먹어보니 맛은 있으나 너무도 커서 먹기가 불편했다. 게다가 쩡이가 싫어하는 벌들이 자꾸 달려들었다. 뭔가 도너케밥에 있는 어떤 향을 좋아하는걸까?

시내로 넘어가 요새 베를리너들한테 인기가 많다는, Club Mate클럽 마테를 마셨다. 마테차 + 탄산 +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인데, 길거리에 젊은이들은 아주 많이 이 음료를 들고다니며 먹고 있었다. 맛은 밍밍한듯 한데 뭔가 중독성 있는 음료수다. 

티어가르텐으로 가서 크리스토퍼 데이 축제를 보러갔다. 크리스토퍼 데이는 1년에 한번 LGBT,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제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길거리에 마련된 부스에서 먹을거리를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베를린은 LGBT의 천국이라고들 한다.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관대한 편인데, 길거리를 다니며 동성커플들의 스킨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데이를 맞아 시내 가게들에서도 무지개 깃발이나 표시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퍼레이드를 보고 싶었는데, 퍼레이드를 위해 막아둔 길이 워낙 길기도 했고, 오늘따라 해가 너무 뜨거워서 쉽게 지쳐버렸다. 아쉽지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하루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베를린에 오고나서의 날씨는 정말 힘들다. 한국의 여름날씨와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한가득 느끼고 있다. 



Berlin(베를린) 7일 : Tempelhofer Feld 템펠호퍼필드 공원 / 호스트 집 털림 / Arcotel John F.Berlin베를린 박물관섬 근처 숙소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 오늘 우리의 계획이었다.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템펠호프 공항으로 달리기를 다녀왔다. 그늘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 뛰는것도 보고 그러면 왠지 힘이 난다. 책도 읽고, 사왔던 먹을거리도 간단히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어젯밤까지 비가 좀 내리고 나서그런지 우리의 옥탑방은 시원했다.

그렇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커넥팅 도어 맞은 편에서 누군가 우리를 찾았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콜롬비아에 여행중이라고 했는데, 누구지? 

*베를린에서는 방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으면 에어비앤비가 불법이 된다. 베를린에 방이 부족한데 에어비앤비 등으로 집값이 너무 올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래서 커넥팅 도어로 연결은 되어있지만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하는 등 방법으로 독립성을 보장한다.

그렇게 호스트의 방으로 가봤는데, 아이고. 누군가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다 훔쳐 간 것이었다. 이미 호스트의 현관문은 다 부숴져 있었고, 우리를 찾아온 건 경찰이었다. 

혹시 본거 없냐고, 무슨 소리 듣지 않았냐며 참고인 조사 같은걸 하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커넥팅 도어로 사람 한명이 들어가는걸 봤다. 우리는 그 사람이 호스트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도둑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오름.

인상착의를 물어보고, 한 30분정도 얘기를 하고 돌아오는데 만약 그 사람이 도둑이었다면 우리에게 어떤 해코지를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왔을때부터 노이쾰른이라는 동네가 그렇게 깔끔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렇게 저렇게 지내다보니 다 사람 사는데다 라고 생각하고 지내려고 했고, 좀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경찰조사를 받고 나니 당장이라도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한달살기를 한다고 이것저것 사놓은 식재료가 눈에 밟히긴 했지만, 불안함 속에서 남은 3주를 지낼 수는 없으니.. 에어비앤비는 방이 아예 없어서, 좀더 비싸긴 하지만 안전한 미테 지구쪽의 호텔로 가기로 했다. 

남은 식재료로 마지막 된장찌개를 먹고 숙소를 나왔다. 짐을 정리해서 나오려고 하니 어느새 조금 익숙해졌다고 아쉬움이 든다. 노이쾰른 안녕.

첫날에 짐 들고 오면서 뭐 이렇게 높은 층이냐고, 여기서 어떻게 한달을 살겠냐고 했었는데 그것도 조금 적응이 되어갈 즈음이었는데.. 그래도 역시 제일 중요한건 안전이니까. 모르긴 몰라도 이 건물에서 일이 있었어요! 이런 안내문 같아보였다. 

베를린에서 짐을 줄이려고 했는데 정리도 못한채 엄청 무거운 녀석들을 들고 도망치듯 나왔다. 폭풍검색을 통해 알아본 숙소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ARCOTEL John F Berlin이었다. 에어비앤비로 가고 싶었지만 이미 장기 예약할 수 있는 숙소는 모두 사라졌다. 

숙소 근처 U-Bahn 역에서 나오면서부터 이미 동네 자체가 다름을 실감했다. 여기는 상대적으로 좋은 동네구나. 

숙소도 역시 깔끔했다. 다행히 베를린이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싼 동네가 아니어서 그런지 크게 무리되지 않는 수준에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궁리해본 결과, 베를린에서 너무 오랫동안 호텔생활만 하는건 한달살기의 취지(현지인처럼 살면서 해먹자!)와 벗어나는 것 같아서, 베를린에서의 일정을 조금 줄이고 조금 일찍 베를린을 떠나 다른곳으로 가기로 했다. 

베를린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된 건 아쉽긴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여행을 잘 준비해봐야겠다. 그나저나 경찰 참고인조사라니,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여행 참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