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 세계여행/유럽6월(포르투갈러시아 180606~0701 26Days)

[6/30 세계여행 105일째] 러시아 / 상트페테르부르크 3일 / 겨울궁전 & 에르미타주 미술관, 상트 도넛 '삐쉬끼',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경 by 처리

Saint-Petersburg(상트페테르부르크) 3일 :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Эрмитаж에르미타주 미술관 구관&신관 / Омманэ상트 한식당 '엄마네' / Пышечная 상트 도넛츠 '삐쉬끼' / Tepemok떼레묵 /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모스크바에서 보냈던 긴 시간에 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독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Эрмитаж에르미타주 미술관에 하루 일정을 보내고, 백야를 즐기기로 했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늘도 아침은 Теремок(뗴레목)에서. 러시아식 팬케이크인 Блины(블린)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기도 하고, 부담없이 잘 넘어간다. 1일 1떼레목한다는 블로그를 몇개 봤었는데 이해가 되는 마음이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10시반부터 오픈한다고 해서 10시에 미리 갔는데도 이미 줄이 서 있었다. 

 

입구쪽의 줄 말고 들어와서 양쪽에 있는 자동판매기 쪽에는 줄이 좀 덜 길다. 신용카드가 있다면 굳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어서 자동판매기에 섰는데 하필이면 신용카드 승인 불가;; 어쩔 수 없이 1시간 기다려서 입장했다. 

그나저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6월말은, 꽤 쌀쌀하다. 오늘은 10~12도의 날씨에, 해까지 없으니 바람이 불면 정말 춥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겨울궁전도 포함하고 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다 사들였다고 한다. 다른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곳들은 대부분이 약탈로 이루어진 것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엔 이런 데다 돈을 많이 쓰고 어려워져서 농민반란이 일어났으니, 결국은 돌고 도는 건가.

구관과 신관을 주로 방문하게 되는데, 구관은 18세기까지의 작품들이, 신관은 18세기 이후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정말 알차다. 외국에 나와서 박물관, 미술관 방문하면서 이렇게 한국어 설명이 잘 준비되어 있는 곳은 처음인것 같다. 구관 500 / 신관 350루블을 별도로 주고 빌려야 하지만, 이정도 퀄리티면 충분히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구관을 먼저 둘러보았다. 궁전으로도 활용되었던 건물들은 정말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도금된 기둥으로 장식된 방도, 금만큼 비쌌다는 공작석으로 장식된 방도 있고. 희귀한 작품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지만, 어쩌면 구관은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면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방은 라파엘로 로지아. 양 벽면을 창문과 거울로 장식해놨고, 통로는 벽화로 장식을 해놨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꾸밀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확실히 구관은 아침 오픈시간에 왔음에도 사람이 많았다. 유명한 작품들 앞에서는 가까이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글바글했다. 

이리저리 보다보니 훌쩍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점심은 어쩌다보니.. 또 한식을 가게 되었다. 몇일 전부터 한식에 대한 욕구가 폭발 중이다ㅜㅜ 오늘은 미술관 근처에 있는 '엄마네' 라는 집으로 갔다. 

떡볶이와 부대찌개를 시켰는데, 러시아에서 먹었던 모든 한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들어보니 주방에서 사장님이 직접 요리를 하신다고.. 그래서 이렇게 입에 잘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신관을 둘러봤다. 신관에는 건물 내부도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4층에 주로 흥미로운 작품들이 모여있다. 피카소, 마티즈, 고흐, 고갱, 모네 등의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피카소의 큐비즘 이전시기의 작품들이 꽤 많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흔히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구관에 비해서도 사람이 적어서 작품 관람도 편하다. 

처음에 미술작품을 접할 때보다 계속 여러 미술관들을 다니고, 좋다는 작품들을 보다보니 미술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생기는게 아닌가 싶었다. 학교 다닐때 하늘 색깔을 잘못 칠했을때 왜 이 색깔로 하늘을 칠하냐며 면박을 줬던 우리네 교육에서는, 미술을 즐기는 관점을 가지기 어려웠었지. 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미술 같은 건 그 느낌 자체를 생각해보는 열린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우리네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요새도 그런가?)

신관에서 바라본 Palace Square 왕궁 광장이다. 정말정말 넓게 트여있다. 

원래는 신관/구관 합쳐서 3시간이면 볼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오후 6시까지 하루를 꼬박 미술관에서 보내게 되었다. 가보고 싶은 다른 곳들은 언젠가 기회가 되어 다시오면 가보는걸로. 

미술관에서 나와 넵스키 대로 근처의 Пышечная삐쉬끼라는 유명한 도넛집이 있어서 가봤다.

우리네 찹쌀도넛같은건데, 하나에 14루블(250원) 정도밖에 안해서, 10개를 샀다. 줄이 긴데 금방 빠졌다. 맛은 정말 우리네 꽈배기 같은 맛! 크게 물리지 않는 간식거리다. 

저녁은 마지막 떼레묵(....)으로. 오늘은 1일 2떼레묵이다. 이 가격에 이렇게 배부르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없는데..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안녕.ㅜㅜ

내일 아침 일찍 헬싱키행 기차를 타러 나가야 하기에, 잠시 짐정리를 하고 쉬었다가 백야를 만나러 나갔다. 11시 반인데도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다.

원래는 성이삭 성당을 가려고 했다. 가이드북에는 백야 기간에 새벽에 들어가볼 수 있다고 했는데, 가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아무래도 바뀐듯. 역시 최신정보로 잘 알아보고 가야된다. 

밖에서 둘러보고, 근처의 네바강변으로 잠시 둘러보았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오래 보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지막 야경은 아름다웠다.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을 아예 바꿀만큼 흥미로운 2주였다. 차가운듯 따뜻한 사람들, 무궁무진한 넓은 땅,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매력있는 여행지까지. 조금은 관광객 프렌들리한 면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걸 뛰어넘을 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세상이 바뀐다면, 서울에서 기차타고 이곳까지 여행오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날도 어서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