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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6월(포르투갈러시아 180606~0701 26Days)

[6/26 세계여행 101일째] 러시아 / 월드컵 11일(카잔) / 아에로플로트 to카잔, 카잔 숙소, 카잔 크렘린 by 처리

Kazan(카잔) 1일 : Международный Аэропорт Шереметьево셰레메티에보 공항 / Classic Lounge컵라면 있는 라운지 / 모스크바→카잔(1시간30분 w/아에로플로트) / 카잔 숙소 / Древняя Бухара우즈베키스탄 요리 / Казанский кремль카잔 크렘린 / Мечеть Кул Шариф칼샤리프 모스크 / Бэхетле카잔 슈퍼마켓



오늘은 카잔으로 가는 날이다. 어쩌다 보니 무료기차를 못타고 비행기를 타게 되어서... 하루 먼저 들어가 카잔 구경을 하고 내일 독일전을 보러 가기로 했다. 카잔은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로, 이슬람과 정교회을 믿는 사람이 절반씩을 이루고 있어,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9시 출발 비행기여서, 셰레메티에보 공항으로 택시로 갔다. 아에로익스프레스가 인당 500루블인데, 택시로는 700루블이면 가기 때문에 2명 이상이면 택시를 타는게 이득이다. 

체크인도 금방 하고 PP카드를 사용해서 Classic Lounge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무려무려무려 한국컵라면이 있어서!! 아침을 든든하게 라면으로 먹었다. 긴 여행에 지친 입맛은 라면이 살려주는구나 ㅜㅜ

카잔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저번에 탔던 아에로플로트와는 달리, 이번 비행기는 충전기도 있고(!!) 좌석간 간격도 꽤 넓다. 

카잔에 도착했다. 일단 날씨가 정말 무덥다. 공항은 공항 자체는 별게 없지만, 역시나 꽤 크다. 러시아도 나라가 커서 국내선이 꽤 활성화 되어있는 것 같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셔틀버스가.... 그냥 더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찜통에 들어온 수준이었다. 30도가 넘는 여름 더위에, 꽉찬 버스에, 에어컨은 없고, 심지어 창문도 안열리는 버스에서 30분을 타있으려니....

내려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탔다.(25루블) 돈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러시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엄청 무뚝뚝한 얼굴로 맞이하는데, 뭔가 도움을 줄 때는 그 무뚝뚝한 얼굴로 참 잘 도와준다. 탈때 우리가 내릴 곳을 얘기했더니 버스에 탔던 모든 승객들이 우리보고 내리라고 함께 소리쳤다ㅋㅋㅋㅋㅋㅋ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사람들이다.

숙소의 전경이다. 처음에 구글지도에는 우리 숙소가 이상한 위치에 찍혀있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아파트 숙소에서 묵기로 했는데, 그 호스트도 전화해서 엄청 굳은 목소리로 왜 빨리 안오냐고 한숨쉬고.. 근데 막상 만나니 짐 달라고, 자기가 4층까지 들어준다고 단호하게 짐을 뺏어갔다. 신기한 러시아 사람들. 

월드컵의 중심을 인프라가 잘 갖춰진 모스크바로 하다보니 물가도 비싸고 숙소도 많이 부족했는데, 카잔의 숙소는 생각보다 저렴했고 시설도 훌륭했다. 세탁기도 있었다!!!! 장기여행자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세탁기의 존재.

일단 열흘동안 다니며 밀렸던 빨래를 몇차례에 나눠서 돌리고, 늦은 오후에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카잔의 지하철은 1호선만 있는데, 뭐랄까... 지하실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다.

카잔의 중심가인 Bauman 바우마나 거리로 갔다. 모스크바의 아르바트거리 같이 보행자 전용 거리로 조성해놓았고, 깔끔하게 양 길가에 식당과 상점들이 있다. 

일단 아침을 먹은지 시간이 많이 되어서, Древняя Бухара(Drevnyaya Bukhara)라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으로 갔다.

중앙아시아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의 실내가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시킨 샤쉬락, 치즈빵, 스프, 소고기볶음은 모두 입맛에 잘 맞았다. 중앙아시아 음식이 생각보다 입에 잘맞는데, 중앙아시아를 한번 가볼까...? 

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Казанский кремль카잔 크렘린으로 이동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타타르인들의 요새로, 크렘린 안에는 정교회 성당과 이슬람 사원이 공존해 있다. 

크렘린은 우리 개념으로 보면 성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모스크바도 카잔도 마찬가지지만 그 크렘린 안에 끊임없이 그 시대에 필요한 건물들을 새로 덧붙여서, 크렘린 안에는 다양한 건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것 같다. 

카잔 크렘린의 특색있는 흰 성벽을 따라 입구를 찾아 걸어간다.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조금 올라가면 река Казанка 카잔카강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훌륭한 뷰포인트가 많다. 저 멀리에는 내일 독일과의 경기가 열린 카잔 아레나도 보인다. 

정교회 성당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지 반바지 입장 불가,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가려야 한다. 정교회 성당 특유의 내부 천장 벽화들이 인상적이다. 

바로 옆에는 푸른 지붕 때문에 블루모스크라고도 불리우는 칼샤리프 모스크도 있다. 카잔 도시 탄생 1000년을 기념하여 2005년에 완공한, 아시아/유럽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라고 한다. 강변을 바라보는 파란 지붕의 건물이 아름답다. 

더불어, 하나의 성 안에 두 종교의 예배당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종교가 누군가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의 Бэхетле(Bahetle) 슈퍼마켓에 왔다. 러시아의 여느 슈퍼마켓이 그렇듯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슈퍼마켓이었다. 간단히 저녁에 마실 음료를 사서 들어왔다. 

숙소에 돌아와 맹이 사다준 국물떡볶이와 함께 아르헨티나vs나이지리아의 축구경기 최종전을 봤다. 아르헨티나가 이기긴 했지만 엄연한 페널티킥 상황도 VAR로 본 심판이 넘겨버렸다. 이번 월드컵은 VAR이라는 게 들어오며 더 정확해지긴 커녕, 더 힘있는 쪽으로 판정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아무쪼록 우리의 러시아에서의 월드컵 직관도 내일 독일전이 마지막이다. 모두가 안될거라고 생각하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