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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6월(포르투갈러시아 180606~0701 26Days)

[6/27 세계여행 102일째] 러시아 / 월드컵 12일(카잔) / 조별예선 3경기 독일전, '카잔의 기적' by 처리

Kazan(카잔) 2일 : 카잔 기차역 / Prieyut카잔 레스토랑 / Казань Арена카잔 아레나(한국vs독일) / Древняя Бухара바우마나 맛집 / Аэропорт Казань카잔 국제공항



오늘은 한국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다. 2패를 안고있기에, 마지막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상대가 독일이라니. 1%의 기적이라도 있기를 바라며.

나중에 경기를 마치고 기차역으로 와서 새벽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기에, 먼저 기차역으로 가서 큰 짐들을 맡겼다. 카잔 기차역은 나름의 분위기도 그렇고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바우마나 거리로 가서 Prieyut 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간단하게 스테이크+밥(400루블), 크림 스파게티(550루블)로 한끼를 해결했다. 자리가 꽉 차서 한 테이블에 러시아 사람들과 합석했는데, SAP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회사 다닐때 참 많이 쓰던 프로그램인데. 허허허!

5시 경기라 2시반 쯤 경기장을 향해 출발했다. 역시 경기장 근처까지 이동하는 셔틀을 타고 갔다. 독일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멕시코나 스웨덴처럼 숫자가 엄청 많지도 않을뿐더니와 다들 좀 조용조용한 편이다. 

정말 신기한건, 만명 정도의 중국 사람이 왔다는데 하나같이 독일 유니폼을 입고 있다. 모든건 개인의 자유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가까운 나라라서 우리 편은 들지 않겠다는 건가. 굳이 독일 유니폼을 입고올건 뭐람.

그나저나 가는 셔틀버스는 그야말로 만원버스인데,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다. 아니 카잔같이 더운 동네에 에어컨이 없으면 어쩌란 말인가...ㅠㅠㅠㅠㅠ

카잔 아레나는, 루빈 카잔이라는 러시아 축구팀의 홈구장이다. 경기장 외관에 LED로 오늘의 경기 안내가 나온다. 오호!

그나저나 기차역에서 짐 맡길 때 깜빡하고 라면을 빼놓는 바람에, 경기장 입장하면서 피같은 라면과 쌀국수를 압수당했다. 아... 라면... 피같은 쌀국수여.. 안녕.. 

경기장에는 1시간 전에 입장했다. 한국 사람들이 한쪽 사이드에 다같이 배정되어 있는 자리에 앉게 되어 그곳에서 경기를 보게 되었다.

경기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 '카잔의 기적'이 쓰여졌다. 모두가 당연히 질거라고, 1% 가능성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독일은 세계최강이라며 우리 스스로를 폄하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두골을 넣고 세계랭킹 1위 독일을 무너뜨렸다!

어느새 축구장에 다닌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경기를 보다보면 밀리고 있어도 질것 같지 않을때가 있고, 반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 있어도 왠지 불안할 때가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경기장에서 느낀 느낌은 우리에게는 전자의, 독일에게는 후자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16강에 가지 못했어도, 선수들이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오늘의 승리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이상 축구팬으로써 영광스러운 순간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TV화면에 잡혔나보다. 순식간에 카톡이 몇페이지가 확 오는 놀라운 경험을 해봤다ㅋㅋㅋㅋ 3사공중파 생중계의 위력이다! 앞에서 왔다갔다 하시더니만, 결국 우리를 전세계로 내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셔틀을 타고 바우마나 거리로 넘어와서, 첫날 도착해서 맛있게 먹었던 Древняя Бухара(Drevnyaya Bukhara) 식당을 다시 갔다. 걸어가는 길마다 한국사람이라고, 축하한다고 엄지를 척척 내민다. ㅎㅎ

치즈빵과 고기국물 나오는거 간단히 먹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 밖으로 나와서 역을 향해 걸어갔다. 

아름다운 카잔의 밤이다. 

기차역으로 걸어와서 공항 무료기차를 탔다. 20분 정도 걸렸는데, 어쨌든 월드컵 기간이기 때문에 부족할 수도 있는 지방 도시의 대중교통까지 미리 잘 준비해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잔 공항은 규모는 작았지만 생각보다 시원하고 여유로웠다. 다행히 체크인을 4시간 전부터 일찍 시작해서, 빨리 짐을 맡기고 탑승게이트 앞에서 쉴 수 있었다. 라운지 같은건 없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쾌적한 편이었다. 시원하면 어디든 쉴 수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 봤다. 축구를 보면서 오늘과 같은 행복한 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정말로 완벽한 하루였다. 영원히 기억될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