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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6월(포르투갈러시아 180606~0701 26Days)

[6/22~23 세계여행 97,98일째] 러시아 / 월드컵 7,8일(모스크바→23시간 기차→로스토프) / 러시아 침대열차, 월드컵 2차전 멕시코전 by 처리

Rostov-on-don(로스토프온돈) 1일 : Курский вокзал침대열차(23시간 to 로스토프온돈) / Пить Кофе로스토프 카페 / Ростов Арена로스토프 아레나(한국vs멕시코) / Международный Аэропот Платов로스토프 플라토프 국제공항



아침에 일어나서 로스토프로 갈 채비를 했다. 멕시코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는 모스크바에서 1,000km가 떨어져 있는 곳이라 비행기 또는 기차로 가야 한다. 다행히 월드컵 시즌에 제공하는 무료열차 탑승이 가능해서, 23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침대열차를 타고 이동하게 됐다.

짐을 숙박한 호스텔에 맡기고 가려고 했다. 분명 체크인 할때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꿔서 오늘 찾으러 오지 않는거면 짐을 맡아줄 수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월드컵 기간이라 짐이 많아져서 그런거 같기는 했지만, 미리 알려줬어야지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로스토프에 가는 Kursk 커스크역 물품보관소에 가서 짐을 맡기기로 한다. 첫번쨰 간 곳은 꽉 찼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두번째 간 곳에서 짐을 맡길 수 있었다.(1개당 250루블 / 1일)

KFC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기차를 탔다. 

첫날 스웨덴전이 열린 곳으로 갈떄 탔던 기차와 같은 기차였다. 열차 칸 내부에는 콘센트가 없는..ㅜㅜ 

23시간동안 가기 떄문에 가면서 이것저것 하면서 놀았다. 어제 사왔던 맥주도 좀 먹고, 기차칸에서도 맥주를 파는데 한캔에 500루블.. 너무 비싸다.

그나저나 멕시코 사람들만 많은 기차에서는 정말 식당칸에 잠깐만 들러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꼬레아를 외친다. 아무래도 놀리는것 같지만 알아들을 방도가 없으니 원.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들을 지나고 지나.. 하룻밤을 자고..

11시가 조금 넘어 23시간의 기차여행 끝에 로스토프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마다 느껴지는 엄청난 더위. 이곳은 위도로 5도 내려온 곳이니 그만큼 날씨가 무덥다. 바깥온도는 낮에 35도까지 올라갔다.

맥도날드에 가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Пить Кофе라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6시 경기라서 한 두세시간밖에 시간이 없어 시간을 떼울 겸 들어갔는데, 카페에서 음식도 팔고 맥주도 판다. 러시아의 카페에서는 대부분 먹을걸 같이 파는 것 같았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면서부터 멕시코 팬들의 어마어마한 함성소리와 마주친다. 이 사람들은 그저 여기에 온게 즐겁나보다. 우리를 보면 막 소리지르며 웃고 떠들고, 흥부자들이다. 

짐을 맡기고, 로스토프 아레나에 입장했다. 경기장 주변은 이미 멕시코 사람들이 점령했다. 지나가는 길마다 우리를 보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고 꼬레아를 외치고 지나간다. 

오늘 경기가 열린 로스토프 아레나도 새로 지은 경기장이었다. 그야말로 깔끔하고 외관에는 LED로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차전이었던 멕시코와의 경기도 아쉬운 1:2 패배. 하지만 졌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나 더운 날씨에 끝까지 압박을 멈추지 않던 모습에, 마지막의 손흥민의 만회골에 다음경기를 기대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독일과의 경기이지...

경기 중간중간마다 멕시코는 골을 넣으면 광란의 도가니다. 윗층에서 마시던 맥주를 하늘로 던지고, 서로 껴안고, 정말 난리도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서도 길거리에 모여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흥으로 가득 찬 사람들 같다. 

맹은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서 회사를 가야 하기에, 이번에 돌아갈 때는 경기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독일vs스웨덴 경기를 봤는데, 연장 후반에 독일이 역전골을 넣어 우리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아주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16강의 희망이 조금은 남아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본다.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5시30분 비행기여서 로스토프 공항에서 하루 노숙을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노숙을 하고 있었고,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도 짐을 베개삼아 잠시나마 눈을 붙여본다. 

월드컵을 보러온 러시아, 이미 2패를 해버렸지만 그렇게 슬프거나 화나지 않는다. 왜냐면 그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 러시아에 온 많은 사람들은 이 축제를 정말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우리 선수들이 안고 뛰는 승리만이 전부라는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게 도와줘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