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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호주(180320~0406 17Days)

[3/25 세계여행 8일째] 호주 / 멜버른 6일 / 세인트 킬다비치, 피츠로이 가든에서의 여유 by 처리


멜버른 6일차 : 세인트 킬다 비치(St. Kilda Beach) -> Radio Mexico St Kilda(멕시코 음식점) -> 칼튼 가든(Carlton Garden / 못감ㅜ) -> 피츠로이 가든(Fitzroy Garden)


여행 사이트나 블로그에 보면 멜버른을 3일 정도만 봐도 충분하다고들 한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얘기하는 일정은

그레이트 오션로드 1일 + CBD 1일 + 근교 1일 정도. 어느정도는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도심 자체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비교대상인 시드니에 비해 여행지로서의 랜드마크가 적어보이는건 맞다.

하지만 멜버른이라는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숨어있는 아름다움이 많은 것 같다. 도심지가 도보로 30분 이내로 다 갈 수 있지만 골목마다 숨어있는 카페, 음식점, 그래피티와 같은 매력은 도심지를 몇번을 가도 새롭게 보이곤 한다.


어제 갔던 로열 보태니컬 가든도 도심에 어떻게 이런곳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했다면, 오늘 여행에서 갔던 방문지들도 멜버른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곳이었다.

오전에 세인트 킬다 비치를 향해 출발했다. Southern Cross역에서 트램으로 한번에 가는데, F1 2018 그랑프리 경기가 있던지라 트램 운행을 안한다고 했다. 같은 루트로 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안내를 잘 해주어 큰 어려움 없이 이동. 그나저나 F1이 3대 스포츠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한국에서는 영암에서 한번 열린것만 생각나는데..

도착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Radio Mexico St Kilda). 멕시코 음식점이고 아는게 잘 없어서, 타코 2개(개당 AUD 7.5)를 시켰는데 작다. 정말 작다. 두개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는데, 정말 작다. 흑흑..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세인트 킬다 비치, 날씨가 매우 흐리다. 일기예보에 소나기가 예보되어 있기도 해서, 으으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다행히 비는 안왔는데, 거의 태풍 수준으로 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도 여행중에 처음 방문하는 비치였다. 쩡이는 원래 바다를 참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때는 가끔 바다에 바람을 쐬러 가곤 했다. 우리는 각자 처음만난 남반구의 바다에 앉아서 서로의 시간을 조금 가져봤다.

엊그제 통장에 마지막 월급이 입금됐다. 저번달보다 많은 돈이 들어와 있었다. 후회는 없지만, 모든 좋은걸 다 내려놓고 떠나온 이곳에서 난 뭘 하고 있는걸까? 하는 잡념이 지나갔다. 아직은 휴가같지만, 언젠간 현실이 훅 치고 들어오겠지. 

그나저나 바람이 워낙 거세서 안되겠다 싶어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려고 비치를 빠져나오는 잔잔해지는 바람, 걷히는 하늘이 야속하다.

어제 생각보다 좋았던 가든을 떠올리며 시내의 가든을 더 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칼튼 가든을 갔으나 전시회로 유료입장 ㅜㅜ 근처에 있는 피츠로이 가든으로 걸어갔다. 크록스를 신고 뚜벅뚜벅. 가는길에 예쁜 성당도 보고.

그나저나 여행에는 크록스가 정말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좀 없어(?) 보이는거랑, 오래 걸으면 조금 불편한것 치고는 완벽하다. 왜 사람들이 크록스를 신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이너하지만 양말 안신어도 되니까 세탁거리도 하나 줄어든다. ㅋㅋㅋ 

피츠로이 가든은 어제 갔던 로열 보태니컬가든보다는 좀더 펼쳐진 느낌이었고, 여유로운 느낌은 똑같이 느껴져 좋았다. 곳곳에 잔디에 누워 책읽고, 한쪽에서는 야외 결혼식도 하고.  

가져갔던 책도 좀 읽고 벤치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평온한 시간.

호주에 와서 느낀점은, 사람들이 잔디같은데 앉아서 책읽고 쉬는 게 참 편안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삶의 일부로 느껴져서 그랬을까? 좋아보이기도 하고 그들의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했다.

이제 멜버른에서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보냈던 여기에서의 시간이, 나중에 여행이 끝날 때쯤엔 어떻게 기억될까? 해가 지기 한참전 무리하지 않고 일찍 들어와서, 어제 사우스멜버른마켓에서 사온 블랙앵거스에 Shiraz와인 한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