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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6월(포르투갈러시아 180606~0701 26Days)

[6/15 세계여행 90일째] 포르투갈 / 리스본 7일 / 28번 트램, 러시아월드컵 길거리관람 by 처리

Lisboa(리스본) 7일 : 28번 트램 / Restaurante Devagar Devagarinho 리스본 로컬맛집 / 러시아월드컵 길거리응원(포르투갈vs스페인)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이래저래 하려고 했으나 못했던 것들을 천천히 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보려고 한다. 

어제 에어비앤비 숙소의 침대 프레임이 부숴졌다. 갑자기 와지끈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바람에, 아침부터 호스트와 그의 친구들이 와서 이래저래 수리를 했다. 아무쪼록 내 숙소에 누군가 와서 물건을 부수면 정말 번거로운 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게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72시간이 거의 다 된 리스보아카드를 마지막으로 쓰기 위해 28번 트램을 타러 갔다. 가장 리스본 다운 길들을 굽이굽이 지나가는, 리스본의 마스코트와 같은 트램이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기 전인 9시에 도착해서 탔더니 다행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구불구불 편도 2차선의 좁은 길을 트램이 지나가는 걸 보니 신기하다. 멜버른의 탁 트인 길의 트램전용도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사거리에 차 한대가 고장나 서있는 바람에 트램이 멈춰섰다. 트램은 노면의 길을 따라가야만 하기 때문에 추월을 할 수가 없다..... 결국 한참 앉아있다가 모두가 내렸다. 유유.

걸어서 시내를 잠시 구경하다가 점심은 숙소 근처의 로컬 맛집으로 호스트가 추천한 Restaurante Devagar Devagarinho 식당에 갔다. 

황새치 구이와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정말 로컬스러웠다. 좁은 식당에 따닥따닥 붙어앉아서 먹었다. 음료 2잔까지 시켰는데 16유로! 맛도 맛이지만 가격이 이정도면 평타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포르투갈 사람들은 친절하지는 않은것 같다. 옆의 분이 음식이 덜익은거 같다고 하니 엄청 인상쓰면서 음식 가져가서, 다시 해와서는 거의 던지다시피 하는걸 보니. 그 외에도 일주일 간 여행하면서 친절, 하다는 느낌은 거의 못받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친절하다는 남미에서 넘어와서 더 그렇게 느끼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숙소에 와서 좀 쉬면서 내일 넘어갈 러시아 일정도 살펴보고, 월드컵 경기도 봤다. 러시아에서 저녁시간에 하는 경기는 이곳에서 오후에 하기 때문에 보기 쉬운 시간에 한다. 포르투갈에서 샀던 남은 음식을 모두 털어 떡볶이도 해먹었다. 이 재료 저 재료 대충대충 섞어 먹는것도 나름의 맛은 있다.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월드컵 경기를 광장에 나가서 보기로 했다. 조별예선 최고의 빅매치 중 하나인데다가,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 경기를 응원하며 볼 수 있는건 흔치 않은 일이기에.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한국처럼 다양하게 광장 응원을 볼 수 있도록 화면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사람들 사이에 껴서 전반전을 조금 보다가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반 초반에 호날두가 PK골을 넣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조용했다. 생각보다는 차분한 사람들이다. 

대신 경기가 보기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다른데서 보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오는길에 Manteigaria에서 에그타르트도 한번 더 사먹었다. 리스본에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우리 둘은 이곳의 에그타르트가 제일 맛있었다. 

알칸타라 전망대쪽으로 해서 걸어오는데 조그마한 프로젝터에 경기를 보여주고 있길래, 후반은 이곳에서 관전했다. 사람들이 차분하게 경기를 보고, 심지어 경기종료 직전에 호날두가 동점 해트트릭을 넣었는데도 차분했다.

마지막으로 본 리스본의 전망과 내려오는 길. 꽤 오랫동안 여유롭게 지냈음에도 못가본 곳들도 있고.. 항상 떠날 때는 같은 마음으로 아쉽곤 하다. 

아침 8시 40분 비행기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공항으로 가야한다. 숙소에서 마지막 짐 정리를 하고 내일 모스크바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1주일이나 묵었다고 익숙해져서인지 헤어지기 아쉽다. 

포르투갈도 그 나름의 매력으로 즐거웠던 추억을 만들고 가게 되는 듯 하다. 이제 이 월드컵의 본격적인 열기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그것도 엄청 설레는 일이고, 동생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설렌다. 설렘 가득한 러시아에서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