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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여행/유럽6월(포르투갈러시아 180606~0701 26Days)

[6/14 세계여행 89일째] 포르투갈 / 리스본 6일 / 신트라, 호카곶, 페나성, 파두(Fado) 공연 by 처리


Lisboa(리스본) 6일 : Rossio-Sintra 신트라행 기차 / 신트라 버스패스 / Cabo da Roca 호카곶 / Dai fu lou 신트라 중국식당 / Parque e Palácio Nacional da Pena 페나 국립왕궁 / Tasca Do Chico 리스본 전통 파두공연



오늘은 리스본 근교의 신트라 지역을 다녀오기로 했다. 보통 리스본에서 여행을 하며 근교를 다녀온다고 하면 신트라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리스보아카드를 이용해서 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고, 1시간 안팎의 거리여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편하기 때문이다. 

Rossio(호시우)역으로 걸어가서 Sintra(신트라)행 기차를 탔다. 리스보아카드는 별도로 줄을 서지 않고 지하철 타는 것처럼 찍고 타면 된다. 그렇기에 별도의 자리 예약도 없는, 우리로 치면 국철 같은 느낌이다. 

40분쯤 가서 신트라역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12,13일 이틀동안 철도파업으로 신트라행 열차가 운행하지 않았기에 어느정도 사람이 몰릴걸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것 같다. 신트라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에 역 주변에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먼저 Cabo da Roca(호카곶)으로 가기로 했다. 호카곶은 유럽의 서쪽 가장 끝에 자리해 있는 곳인데, 신트라에서 버스로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실제 거리는 멀지 않은데 길이 정말 꼬불꼬불하게 돌아간다. 만원버스에서 앞에 어린아이는 결국 오바이트를...

신트라 내 도로는 왕복 2차선, 또는 1차선이어서 도로 사정이 좋지가 않다. 신트라 버스패스를 보통 많이 이용하는데 vivagem카드값 0.5유로 포함 15.5유로면 24시간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호카곶 왕복(8.5유로) + 관광지 한곳 왕복(7유로) 정도면 본전은 뽑기 때문에 많이들 활용한다. 

호카곶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정말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었다. 한 1년동안 맞을 바람을 이곳에서 한번에 맞는 기분이랄까?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세고, 끊임없이 불어왔다. 

호카곶임을 알려주는 비석이다. 옛날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알고 잇던 그곳. 

먼 바다를 바라보며, 옛날의 유럽 사람들은 저 멀리에 악마의 목구멍같은 세상의 끝이 있다고,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런 때에 지구는 둥글다는걸 발견해낸 갈릴레이나 코페르니쿠스 같은 사람이 어떻게 나왔을까 신기하기도 하다. 

미친듯한 바람을 한가득 맞고, 다시 역 근처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었다. Dai fu lou라는 중식당을 가서 볶음밥+토마토계란볶음+돼지고기볶음(14.95유로)를 먹었다. 역시 돈 아끼며 배부르게 먹는 건 중식!

생각보다 호카곶을 보고 오다보니 시간이 늦어서 신트라 근처의 관광지는 한곳만 가보기로 했다. 보통 많이 가는 곳은 페나성, 헤갈레이라 별장, 무어성 세곳인데, 가장 버스가 자주 다니던 페나성으로 갔다. 434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된다. 

페나성은 폐허가 된 수도원을 경매로 사서 새로 개조하여 성으로 만든 곳으로, 포르투갈 왕실의 여름 별장이었다. 당대의 여러가지 건축양식을 절묘하게 섞어 만든 건축양식과, 색색으로 칠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굳이 실내까지 볼 필요는 없을것 같아 7.5유로짜리 티켓으로 외관만 보기로 했다.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면 페나성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여러가지가 섞여있는 색감이 인상적이고, 더불어 무어성과 신트라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도 꽤나 볼만하다. (그리고 바람이 정말 많이 분다)

유럽의 성이라 할만한 곳은 처음 와봤는데, 주변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곳에 높게 세워진 모습이 신기했다. 

성 곳곳에는 특이한 장식들이 많았다.  

내려와서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30분정도 기다려서 탈 수 있었다. 줄이 정말 길어서 한대로는 못돌아가겠다 싶어서 한 2시간 기다려야 되는거 아니야? 했는데, 4-5대가 연속으로 들어왔다. 흠흠. 

다시 리스본행 기차를 타고 호시우역에 내려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시간과 겹쳤는데, 모든 식당의 티비에서 개막전을 중계해주고 있었다. 내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경기는 어떨런지. 다들 축구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저녁은 전에 사놨던 냉장고 음식 정리를 위해 김치찌개를 해 먹었다. 부족한 재료지만 이래저래 김치와 남은 것들을 섞어서 만들었는데 먹을만 한 맛이 나왔다. 

오늘 밤에는 Fado(파두) 공연을 보러 공연장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갔다. 파두는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데, 보통 저녁 9시반부터 공연과 함께 식사 또는 음료를 파는 바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Tasca Do Chico라는, 사람이 가득 차 있는 술집으로 가서 보기로 했다.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샹그리아(5유로) 한잔씩을 마시며 공연을 즐겼다.

작은 무대에 기타를 들고 한 30분 정도씩 공연을 진행하는데, 좁은 공연장에서 파두 공연을 라이브로 들으며 눈을 감으면 과거로 흘러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노래에 묻어있는 쓸쓸함과 애잔함이 느껴진다. 

어느새 익숙해진 리스본의 거리도 이제 또다시 이별을 앞두고 있다. 한 도시를 짧게 볼때와 길게 볼때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만약 둘다 할 수 있으면 한 도시를 길게 보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간 도시의 한 단면만 보지 않고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우리의 여행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나 생각해본다.